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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답답하다고? 이 글을 정독하시고도?

2024-07-25 11:31 37

안녕하세요. 아주 예전에 어떤 글에서도 밝혔듯 저는 전직 공무원입니다. 
 
 여러분이 접하는 공무원은 대개 '지방공무원'입니다. 
 여러분 주소지의 시나 군에 소속되어 있죠. 
 국가직들은 거의 대민업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이 직접 접할 기회는 거의 없으실 거예요. 
 저도 안 겪어본 분야라 국가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자 다시 지방공무원으로 봤을 때 직렬 뭐 그딴 거 따지지 말고 
 크게 
 시청, 군청, 특별시나 광역시면 구청(사업소 포함)에 근무하는 직원과, 
 읍면동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업무량이 그냥 졸라게 많습니다. 
 미쳤어요. 인구가 줄어도 행정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대민업무를 보지 않는 중앙부처에서는 계속해서 뭔가 서비스를 개발하여 지방에 뿌립니다. 
 일이 추가만 되고 일몰은 안 돼요. 지들이 하는 거 아니거든요. 지방에서 다 받지. 
 게다가 소위 말해 이 본청의 업무들은 복잡도가 높고 위험도도 높습니다. 
 하나하나의 건이 다 법령검토를 제대로 안 마치고 하면 
 어떤 시민에게는 불필요한 특혜를, 어떤 시민에게는 불필요한 제약을 가할 수 있고 
 대충했다가 감사 때 크게 걸리면 승진이 밀릴 수준의 조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굵직한 것들은(보통은 허가 같은 거) 검토 사항은 졸라게 많은데 
 계속해서 신청이 들어오니 11시까지 야근을 해도 인간의 힘으로 그날 들어온 거 
 마감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민원인 1명은 자기가 요청한 거 들어주면 그만이지만 
 그런 게 수십 개 쌓여 있다는 걸 가정하지 않습니다. 순번대로 하다보면 
 자기게 늦어질 수밖에 없는 물리적 상황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공무원 증원'에 대한 혐오 때문이라는 것도 모릅니다. 
 당연히 화를 내고 욕받이하는 세월이 길어집니다. 
 에이,,, 본청 업무라고 다 힘든 일만 있겠어? 
 물론 어딘가 꿀빠는 부서는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서는 암환자 급의 건강상태가 안 좋은 분들을 위해 빼놓습니다. 
 아무나 못 가요. 
 한 2년 일하다보면 골병이 납니다. 
 
 그래서 비교적 업무량이 덜한 읍면동으로 보냅니다. 
 그렇다고 읍면동 업무가 적냐? 아뇨. 보통의 사기업보다 많습니다. 
 게다가 읍면동의 업무는 하나하나가 굵직하지 않다뿐이지 
 한 사람에게 여러 업무를 줍니다. 그 업무들 간에 상관성은 매우 낮아요. 
 그러니 10년 일하고도 쌩판 처음해보는 일이 생깁니다. 
 당연히 즉시 민원해결 못해드리고 배우고, 법적 검토 후 해드리게 되는 경우가 생기니 
 인사이동 초반에 약간의 버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기를 쓰고 '법적 처리 기간'은 준수합니다. 
 다만 8282의 민족이기 때문에 법적 기간이고 자시고 바로 안 해주면 
 욕 박아제끼는 인성수준미달 시민이 졸라게 많습니다. 
 그리고 읍면동 사무소는 시민에게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진상들이 세상에 대한 불만을 
 죄책감 없이 쏟아내기 좋은 장소입니다. 
 그러다보면 다시 본청으로 끌려갑니다. 
 
 무한 사이클이예요. 
 이거 해결방법은 증원밖에 없어요. 10년 전과 업무량을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늘어났는데 
 10년 전과 정원은 비슷합니다. 거의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 
 AI 대체 가능하지 않을까?.... 그건 사용자의 지식도 AI에 발맞출 때나 가능하지 
 아직도 무인민원발급기라는 키오스크를 제대로 못 다루는 시민이 훨씬 많습니다. 
 심지어 연령을 가리지 않아요. 어르신이라 못 다루면 이해가 되는데 
 쌩판 젊은이들조차 기계에서 나오는 음성과 적혀 있는 문구를 무시해놓고 안 된다고 화를 냅니다. 
 
 계속 이렇게 공무원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 조장과 증원 결사 반대 기조로 나가면 
 사람의 열심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만간 터집니다. 
 지금도 젊은 사람들은 1~2년 안에 찍먹해보고, 정년보장이고 나발이고 헬이네 하고 
 나가고 있습니다. 똑똑한 겁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가는 행정 자체가 무너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일은 넘치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지면 당연히 서비스 수준이 나락가는 거니까요. 
 결국은 증원을 반대한 시민들의 불편으로 되돌아갑니다. 
 마른 걸레는 아무리 짜도 물이 나오지 않거든요. 행정은 마른 걸레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사람이 어지간히 조르면 짜증이 나도 최대한 해보는데 
 졸라도 안 되는 걸 계속 조르면 포기하게 됩니다. 
 공무원들을 그 상황으로 몰아가면 
 결국 여러분께 제공해야 될 서비스를 내던지는 공무원들이 폭증하게 될 겁니다. 
 막아야하는 상황이죠. 
 
 아주 단순하게 얘기해서 
 인기 밥집에 서빙 직원이 한명이면 내가 밥 먹을 시간은 저 뒤로 계속계속 밀리는 겁니다. 
 수요가 많으면 서빙 직원을 더 고용해야 장사가 원활하고 고객도 만족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이렇게 인구 절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행정은 수요가 계속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직업입니다. 
 
 지금도 그 안에서 개고생하고 있을 제 동기와 옛 동료들을 생각하면 
 제가 힘이 있다면 어떻게든 빼내주고 싶은데 그렇지를 못하네요. 제 한몸 건사하려 나와서 
 딱 제 한몸만 건사하고 있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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